유자넷 활동2011.11.07 13:08

구시대적 선거법 앞에 유권자의 권리는 없다

 

 

 

● 황영민(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 사무국, 참여연대)

 


사례1. 트위터 상 낙선대상자 게시, 벌금 100만원

 

지난 10월 14일, 어느 트위터 이용자는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키는 아이디(2mb18noma)를 써서 이미 방통심의위원회가 계정을 차단한데다 표적수사 논란까지 일었던 사람이다. 그가 했던 것은 그저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지 않았으면 하는 국회의원 이름을 트위터에서 거론한 일, 이른바 ‘트위터 낙선리스트 게시’다. 총선 11개월 전에 한 명의 개인이 낙선대상자 명단을 거론하는 행동이 피선거권을 박탈할 만큼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일일까? 그가 올린 낙선대상자들이 총선에 출마하기는 하는 걸까?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무리 화가나도, 혹은 지지하고 싶어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참고 있어야 할까?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례2. 무상급식 활동가, 벌금 200만원 선고

 

서울시장이 새롭게 바뀌면서, 내년부터는 서울시내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날, 무상급식 운동에 앞장섰던 어느 활동가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이미 10년이 넘게 무상급식 운동을 해왔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해당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정을 책임지고 있었던 오세훈 후보와 한나라당을 비판했다는 것이 선거법 위반 판결의 요지다. 선거만큼 정책 채택을 활발히 요구할 수 있는 시기가 있을까? 공약 채택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해 소극적인 ‘후보자’와 ‘정당’의 명칭을 거론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정책캠페인은 허용되지만, 후보자와 정당을 거론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판결, 결국 정책캠페인·공약채택 운동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례3 선관위, 유명인사는 투표독려도 금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했던가? 10·26 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관위가 황당한 자료를 연이어 발표한다. ‘선거일의 투표인증샷에 대한 10문 10답’, 'SNS관련 선거일의 투표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이 그것이다. 제목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선관위의 의도는 분명해보였다. “이른바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유명인사'는 선거당일에 투표독려를 하지 말라!” 투표독려에 앞장서야 할 선관위가 투표독려활동을 단속하다니? 선관위는 SNS에서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누군가가 투표독려를 했을 때 유권자가 ’선거운동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조금이라도 드러낸 사람은 투표하라는 말도 하면 안 되는 걸까? 선관위가 마음만 먹으면 투표독려를 선거운동으로 단속할 수 있으니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이 없다.

 

 

구시대적 선거법, 성숙한 유권자를 옭아매다

 

현행 선거법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4년에 만들어졌다. 문제는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오롯이 ‘묶는 것’만을 강조하다보니 ‘국민의 입도 묶고, 손발도 묶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예시에 불과하다. 이미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규제, 2004년 패러디물 규제, 2007년 인터넷 UCC 대대적 단속, 2010년 4대강·무상급식 캠페인 규제, 트위터 규제, 2011년 SNS 투표독려활동 규제 등 시민들의 참여가 폭발하는 시기마다, 선거법은 낡은 법조항에 근거한 규제로 수많은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

현행 선거법에서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이라 평가받는 93조 1항은 ‘선거 180일 전부터 후보자·정당에 대한 지지·추천·반대의 내용이나 정당 명칭,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제반 문서 (인터넷·SNS 포함)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선거 6개월 전부터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언급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 4월이니 이미 10월 14일부터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말할 때는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년에는 총선·대선이 연이어 있고, 통상 재보궐 선거가 1년에 2번씩 있으니 6개월 기한을 적용하면, 유권자는 1년 내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보다 큰 문제는 선거법 위반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결과적으로 자기검열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할 때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민주주주의의 근본 토대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린다. 누가 범법자가 되기를 원하겠는가? 구시대적 선거법이 성숙한 유권자를 옭아매고, 우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갉아먹고 있다.

 

 

유권자에게 자유를! 선거를 축제로 만들기 위해 선거법을 바꾸자!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 의견을 말할 수 없고 토론할 수 없는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고, 대표적 보수 지식인(?)인 지만원씨는 ‘전근대적 코미디 악법 공직선거법을 고쳐라’라고 외치고 있다. 이미 규제 중심적 선거법의 문제는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적 권리에 대한 공통의 요구가 된지 오래다.

지난 6월, 50여개의 시민단체와 네티즌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준)’라는 모임을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피해 시민·네티즌에 대한 법률지원 활동과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시민 입법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당장 재보궐 선거 이후에 본격화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정당·후보자를 지지하고 비판할 권리, 내가 원하는 정책을 호소할 수 있는 권리, 누구에게라도 자유롭게 투표를 권유할 수 있는 권리. 이것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선거가 축제이기를 원하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상식이다. 유권자의 자유, 축제같은 선거를 위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구시대적 선거법을 개정하자!


※ 이 글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http://www.womenlink.or.kr/)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Posted by 선거제도개혁
유자넷 활동2011.09.26 18:23

선거법 위반? '개념시민'에게 닥칠 수 있는 일
유권자가 말할 수 없는 선거는 축제가 아니다 
 
 [#사례1] 여기 한 시민이 있다. 편의상 우리는 그를 A라고 부르도록 한다. 강과 바다,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A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4대강을 추진하는 여당을 심판하고 싶었다. 명동 거리 입구에서 "삽질지옥, 투표천국. 6·2심판의 날이 다가왔다"고 1인 시위를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사례2] 또 다른 시민 B가 있다. 무상급식 정책이 실현되길 원했다. 선거를 앞두고 집 베란다에 "우리집은 밥과 강을 위해 6.2 지방선거에 꼭 투표하겠습니다!!" 현수막을 걸고 사람들에게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싶었다.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선관위 유권해석에 게시를 포기했다.


 
[#사례3] 트위터를 애용하는 시민 C. 내년 총선에서 마음에 안 드는 국회의원은 당선되지 않기를 원했다. 트위터에 낙선대상 리스트를 올렸다. 검찰은 C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했고, 사실상 첫 트위터 이용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사례4] 대학생 D. 대선을 100일 앞두고 한 후보자의 거짓말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관련된 언론 기사를 스크랩하여 사진, 풍자글을 발췌해 유씨씨(UCC)를 만들어 인터넷 사이트 몇 곳에 올렸다. 벌금 80만 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사례5] 시민단체 활동가 E. 반민주, 부패정치인 심판하자고 낙선운동을 벌였다. 대법원까지 가는 힘겨운 싸움 끝에 각종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사례들은 그간 있었던 수많은 선거법 위반 사례의 예시에 불과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선거법이란 참, 낯설고 먼 존재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주어진 투표 한 장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서 한 발만 더 나아가려 한다면, 이내 선거법은 두려운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도대체 선거법이 무엇이길래?

 
구시대적 선거법, 성숙한 유권자를 옭아매다 
 

1994년 통합선거법으로 제정될 당시 선거법의 명칭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었다. 멀게는 4·19를 촉발시켰던 3·15부정선거에서부터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관권선거, 무차별적으로 돈을 살포하는 금권선거 등 국가권력과 자본에 의해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시켰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오롯이 '묶는 것'만을 강조하다보니 '국민의 입도 묶고, 손발도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데 있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참여민주주의가 시대의 흐름이 되었음에도 시민들은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매우 한정된 의사표현만을 허락받았다. 후보자와 정당을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은 자기검열에 갇히고,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 당연히 가져야 할 유권자의 권리는 선거법에 제약당했다. 
 

구시대적 선거법이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막고 있는 현실은 일찍이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서 나타난 바 있다. 부패정치인을 선거에서 떨어뜨려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낙선운동 지지서명도, 낙선대상자 리스트를 배포하며 알리는 것도 금지하는 선거법의 벽 앞에 대표적 활동가들을 법정에 서도록 만들었다.  
 

선거법의 규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진을 전시하고, 반대 서명을 받고,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법정에 섰다. 선관위는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책자('창조질서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10년 넘게 무상급식 운동을 했던 단체 대표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시장 후보자와 정당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 단속, IT강국이 무색한 선거법 93조 1항 
 

구시대적 선거법과 성숙한 유권자 간의 대립은 인터넷과 트위터에 대한 선거법 규제에서 가장 첨예한 형태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후보자 별명을 부르고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후보자 비방'으로 처벌받고, 후보자에 대한 언론기사를 편집해 UCC를 만들어 게시판에 올리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단속대상이 되었다. 2007년 인터넷 UCC에 대한 대대적 단속의 결과 삭제된 게시글만 8만8000여 건에 이르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에서 20대 대상 투표 독려 이벤트를 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이 선거법 위반 경고를 받았고, 최근에는 낙선대상 리스트를 올린 어느 트위터리안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 대한 단속의 근거는 현행 선거법에서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이라 평가되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이다. 93조 1항은 선거 180일, 즉 6개월 전부터 후보자·정당에 대한 지지·추천·반대의 내용이나 정당 명칭,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제반 문서 등을 금지하고 있고, 인터넷과 트위터의 글도 이 조항에 해당된다.  
 

단순 계산하면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는 '올해 10월 중순부터 내년 12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민들은 인터넷의 댓글 하나, 트위터 글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선거법 위반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자기검열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할 때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근본 토대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린다. 부끄럽게도, '전국민 인터넷 시대'와 스마트폰 이용자 1000만을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렇듯 녹록하지 않다. 

 
유권자에게 자유를! 선거를 축제로 만들기 위해 선거법을 바꾸자!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한다. 선거가 축제이기 위해서는 선거에 출마한 정당과 후보자가 유권자를 자유롭게 접촉하고 자신의 정견을 알릴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유권자 스스로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의견을 말할 수 없고 토론할 수 없는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고, 대표적 보수 지식인인 지만원씨는 '전근대적 코미디 악법 공직선거법을 고쳐라'라고 외치고 있다. 이미 규제 중심적 선거법의 문제는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적 권리에 대한 공통의 요구가 된지 오래다.
 

지난 6월, 50여 개의 시민단체와 누리꾼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준)'라는 모임을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피해 시민·네티즌에 대한 법률지원 활동과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시민 입법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정당·후보자를 지지하고 비판할 권리, 내가 원하는 정책을 호소할 수 있는 권리, 누구에게라도 자유롭게 투표를 권유할 수 있는 권리. 이것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선거가 축제이기를 원하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상식이다. 
 
 

황영민 간사(참여연대,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 사무국)

                                                             * 이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선거제도개혁